서울집 팔지 마세요!

요즘 이런 말 자주 들립니다.

“그 집 이제 많이 올랐는데, 팔고 좀 가볍게 살지 그래요?”

들을 때마다 흔들리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오늘은 그 말이 왜 생각만큼 쉬운 선택이 아닌지, 지금 시장 구조를 차근차근 들여다보려 합니다.

첫 번째 — 팔고 나면 다시 살 수 있을까요?

2025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5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해 연간 상승률은 8.98%로,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 폭이었습니다. 지금 팔고, 나중에 비슷한 입지·비슷한 조건의 서울 아파트를 다시 산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여기에 거래 비용까지 더해집니다. 팔 때 양도세, 살 때 취득세(1주택 기준 1~3%), 매도·매수 각각의 중개보수(9억 이상 기준 각 0.9% 이내 협의)까지 합치면 한 사이클에서 빠져나가는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시세 차익을 냈어도 실수령액은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 전세 끼고 살 수 있을까요?

2025년 10월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 구역 안에서 아파트를 사면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생깁니다. 위반하면 이행강제금 부과 또는 허가 취소까지 가능합니다.

실거주 의무가 붙는다는 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매수인이 직접 입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두는 순간 즉시 위반입니다. 지금 세입자가 있는 매물을 샀다면,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실거주 요건 자체를 채울 수도 없는 구조입니다.

세 번째 — 집이 있으면 대출 자체가 막힙니다

이 부분을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집을 한 채 가진 상태로 다른 집을 추가로 사려 할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조건 없이는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가 LTV 0%, 즉 완전히 막힙니다. 이미 집이 있는 분이 서울에서 다른 집을 사려면 기존 집을 먼저 팔겠다고 약정을 걸어야만 대출이 나옵니다.

설령 무주택자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현재 최대 6억 원까지만 가능합니다. 서울 평균 매매가가 15억 원을 넘긴 지금, 서울 평균 수준의 아파트를 사려면 자기 자금이 최소 9억 원 이상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주택담보대출 LTV는 기존 70%에서 40%로 강화된 상태이고,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까지 더해지면서 같은 연봉이라도 이전보다 대출 한도가 수천만 원씩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서울 아파트를 팔고 인천이나 경기권으로 이동하실 건가요?
아니면 지방으로 내려가실 건가요?
지금 이 조건에서, 그 선택을 기꺼이 하실 수 있을까요?

네 번째 — 그래서 보유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구조를 냉정하게 보면, 지금 비거주 상태로 서울 집을 가진 분들의 선택지는 크게 둘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 직접 들어가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운다. 그러면 보유를 유지하면서 향후 매도 시 거주기간 요건도 갖출 수 있습니다. 둘, 그냥 보유한다. 팔아봤자 같은 서울 아파트를 다시 사기 어렵고, 대출도 예전만큼 안 나오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팔자”는 말이 나왔을 때, 가족 중 다른 한 명이 선뜻 동의할 수 있을까요? 한 번 팔면 같은 집을 다시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 결정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그 결과 — 세입자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실거주 의무로 자가 거주가 늘면서 서울의 전세 공급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토허제 시행 후 약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20.9% 감소했습니다(아실 기준).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11.6% 늘었습니다. 전세가 줄고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공급 쪽도 좋지 않습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31.4% 급감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안양·광명·용인·하남 등 경기권으로 밀려나고 있고, 그 지역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탈서울 흐름이 수도권 전체로 번지고 있는 셈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거래를 막고, 실거주를 강제하고, 임대를 제한하는 3중 구조가 세입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요. 매물이 줄면서 세입자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반전세·월세 전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이 구조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한지 —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물론 각자의 상황은 다릅니다. 유동성이 필요하거나 생애주기상 이동이 합리적인 분도 계십니다. 이 글은 그런 결정을 말리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막연한 분위기에 떠밀려 결정하기 전에, 이 구조를 한 번쯤 냉정하게 들여다보셨으면 합니다. 부동산에서 한 번의 결정은 되돌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것도 서울 아파트라면.


지금까지, 돈의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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