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상장 열흘 만에 16% 폭락했습니다. 화려한 데뷔 뒤에 숨은 ‘상장 초기 변동성’을, 과거 사례와 함께 차분히 짚어봅니다.
아침에 뉴스를 켜는 순간 한 종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과 열흘 전 “사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데뷔했던 스페이스X. 그 주가가 하루 만에 16% 넘게 무너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화려한 출발에 설레서 올라탄 분들도 분명 계실 텐데, 그분들이 지금 어떤 마음일까 싶어서요. 그래서 오늘은 “왜 떨어졌나”를 넘어, 우리가 이런 국면에서 무엇을 기억해 두면 좋을지를 천천히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화려한 데뷔, 그리고 열흘 만의 스페이스X 추락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소폭 올랐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3% 내렸습니다. 그 한가운데 스페이스X가 있었습니다.
이날 스페이스X는 16.43% 폭락한 154.6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12일 첫 거래일 종가(160.95달러)마저 밑돌았고, 공모가 135달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사상 최대 IPO”라는 환호가 무색하게, 데뷔 열흘 만에 출발점 근처로 되돌아온 셈입니다.
왜 떨어졌을까 ?— 갑작스러운 ‘회사채 발행과 빚 이야기’
방아쇠는 회사채였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날 최소 20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첫 회사채 발행을 발표했습니다. IPO로 이미 850억 달러 넘게 손에 쥔 회사가, 열흘 만에 또 빚을 내겠다고 한 겁니다.
여기서 잠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짚자면 — 회사가 큰 빚을 새로 낸다는 소식은 보통 주가에 부담입니다. 갚아야 할 이자가 늘고, “현금이 그렇게 많다더니 왜 또 빌리지?” 하는 의구심이 따라붙기 때문이죠. 야후파이낸스도 “채권 발행 자체는 예견됐지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그 빚의 미래도 가볍지 않습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스페이스X의 순부채가 2031년까지 40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오라클의 세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가 빚으로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드는 그림이라면, 투자자가 잠시 멈칫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으세요?
제가 가장 눈여겨본 변수, 공모주 ‘보호예수’의 뜻
그런데 제가 이 뉴스에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보호예수입니다.
낯선 단어일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상장 직후 일정 기간 동안 내부자(창업자·초기 투자자 등)가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묶어 두는 약속입니다. 이 빗장이 풀리는 순간, 그동안 못 팔던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2V리서치의 전략가 제이콥슨은 “8~9월 보호예수가 풀리면 내부자가 최대 44%까지 매각할 수 있고, 지금 4.2% 수준인 유통 비율이 900%가량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묶여 있던 물량이 풀린다면, 주가는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역사는 비슷한 그림을 여러 번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상장 초기의 흔들림”은 처음 보는 풍경이 아니거든요. 나스닥에 새로 입성한 기업들은, 상장 직후 3~6개월 구간에서 유독 크게 출렁이곤 했습니다.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그랬습니다. 2012년 공모가 38달러로 데뷔했지만, 보호예수가 단계적으로 풀리는 구간(상장 후 90~180일)과 겹치며 수개월 만에 주가가 반 토막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보호예수 해제 뒤 주가가 약해지는 경향을 논문으로 정리하기도 했죠.
리비안은 더 극적이었습니다. 2021년 공모가 78달러로 상장해 일주일 만에 종가 172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두 달도 안 돼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우버 역시 2019년 공모가 45달러로 출발했지만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돌았고, 이후 한참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세 회사 모두 “화려한 데뷔가 곧 주가의 안정은 아니었다”는 공통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스페이스X의 보호예수 해제 시점(8~9월)이, 바로 이 변동성 구간에 정확히 놓여 있습니다. 물론 과거가 그대로 반복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장 초기엔 지켜볼 변수가 유난히 많다”는 사실만큼은, 마음 한쪽에 적어둘 만하지 않을까요?
스페이스X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날의 약세는 한 종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핵심 AI 연구 인력의 이직 소식에 5% 가까이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브로드컴 등 주요 빅테크가 함께 흔들렸습니다. 과도한 AI 인프라 투자비용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장기 펀더멘털의 훼손이라기보단 단기 심리 변화로 보는 시각도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천천히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제 결론은 오히려 단순해집니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
화려한 서사와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 며칠간의 폭등과 폭락만으로 방향을 못 박기엔, 아직 지나가야 할 일정이 너무 많습니다. 회사채 발행 조건, 8~9월 보호예수 해제, 그리고 25일 PCE 물가 지표까지요.
제가 늘 마음에 두는 한 가지는 이겁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를, 분위기가 아니라 일정을 먼저 본다는 것. 지키는 투자는 결국 “남보다 빨리”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기”를 향하니까요. 이 흐름이 어디로 갈지는, 저도 조금 더 지켜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이 장면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참고: 블룸버그, WSJ, 야후파이낸스, 오펜하이머, 2V리서치, CNN머니,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원 연구 / 서울경제·헤럴드경제·파이낸셜뉴스·한국경제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