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단위로 나를 캡처하는 AI 노동감시, 우리는 지금 안전한가요?

요즘 인공지능 덕분에 세상 참 편해졌다는 말, 자주 하지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매일 AI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고, 며칠 걸릴 일을 몇 시간으로 줄여주는 걸 보면서 “이만한 비서가 없다”고 감탄하곤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한겨레의 한 기사를 읽다가 손끝이 서늘해졌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편리하다고 찬양하던 바로 그 기술이, 어느 틈엔가 우리 목덜미를 겨누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였거든요. 어쩌면 몇 년 뒤 우리는, 이 고민을 하던 지금 이 시절이 “그나마 인간답게 일할 수 있던 때”였다고 뒤늦게 떠올리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편리함 뒤에 숨은 ‘전자 노동감시’

기사가 전한 현실은 생각보다 촘촘했습니다. 한 금융회사 상담 창구 직원은, 관리자가 자기 사무실에 직원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CCTV 모니터를 설치해 두고 수시로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객이 올 때마다 일어나 인사하는지, 퇴근은 몇 시에 하는지까지요. “30분마다 확인하겠다”는 관리자의 말에 두려움은 더 커졌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통신판매 업체 직원은, 자신의 업무용 PC에 키보드로 친 내용과 모니터 화면이 그대로 갈무리돼 회사로 수집되는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항의해볼까 마음먹었지만 “따져봤자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답을 듣고 포기했다고 하고요.

정보통신기술(ICT)과 전자장비로 노동자의 작업, 동선, 근무 태도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통제하는 이른바 ‘전자 노동감시’가, 한겨레 보도(박고은 기자)에 따르면 우리 일터에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 열심히 하나 보자”는 수준이 아닙니다. 직장갑질119의 ‘전자 노동감시 실태 및 법·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에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CCTV로 잡은 동선을 들이밀며 사직을 압박하거나, 노동청에 대표의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의 PC에 남은 개인 메신저 대화를 복원해 행실을 문제 삼은 사례까지 담겼다고 합니다.

AI와 만난 감시, 그리고 ‘동의’라는 덫

더 서늘한 건, 이 감시가 AI와 결합하면서 훨씬 정밀해졌다는 대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모니터 화면을 초 단위로 갈무리한 뒤, 노동자의 업무 행태를 정밀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기업용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지켜보던 일을, 이제는 기계가 쉬지 않고 대신하는 셈입니다.

“나는 동의한 적 없는데”라고 항변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미묘합니다. 지금 전자 노동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다뤄지는데, ‘개인정보 수집 동의’만 받으면 대체로 적법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해요.

직장갑질119의 김하나 변호사는, 개인정보 수집이 노동자 동의를 전제로 하더라도 사용자와 노동자의 권력관계 속에서 그 동의가 정말 자유로운 의사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동의서는 보통 입사할 때 다른 서류들과 함께 받게 되는데, 고용이 걸린 자리에서 “내 화면을 초 단위로 캡처하는 건 동의 못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결국 형식적인 동의에 그치기 쉽고, 수집하는 정보의 세부 항목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도 마땅히 처벌할 규정조차 없다는 게 지금의 한계라고 합니다.

법의 사각지대,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유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합니다. 민변 노동위원회의 권석현 변호사는, 동의만 있으면 허용하는 지금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 노동감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가 대등하게 합의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감시의 목적과 범위, 방법을 근로계약에 분명히 적게 하고, 고용노동부에 제대로 된 감독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종이 한 장의 동의로 무차별적인 감시가 허용되는 구조가 그대로 간다면, 기술의 진보는 우리를 거대한 가두리 안의 물고기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무엇을 지키려고 부를 쌓는가?

자산을 지키고 부를 쌓는 일은 중요합니다. 저도 늘 그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하루를 보내는 일터에서 내 존엄과 자유가 통째로 캡처당하고 있다면, 그렇게 모은 부는 끝내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기술이 빨라질수록 자본은 더 교묘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들여다보려 할 겁니다. “세상 참 편해졌다”며 웃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가장 약한 곳이 조용히 묶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처음의 질문을 다시 놓고 글을 맺습니다. 초 단위로 우리를 들여다보는 이 정밀한 감시 앞에서, 우리는 지금 안전한가요. 그리고 몇 년 뒤,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기술의 속도에 눈이 멀어 인간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이제는 한 번쯤 멈춰 서서 물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참고: 한겨레 박고은 기자, 「직원 PC화면 초단위 캡처…사업주 무기 된 ‘AI 노동감시’」 / 직장갑질119 ‘전자 노동감시 실태 및 법·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

본 글은 특정 기업·개인을 겨냥하지 않으며, 공개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기술과 노동의 변화를 짚은 글입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