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 편을 쓰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뭔데?” 사실 저도 예전엔 “무슨 대단한 암호 기술” 정도로만 뭉뚱그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블록체인이 풀려고 했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고,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하나의 진실에 합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죠.

오늘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블록체인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기술이 됐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블록체인이 풀려고 한 문제 — 장군들의 딜레마

1982년, 컴퓨터 과학자 레슬리 램포트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을 하나 제시합니다. 이름하여 ‘비잔틴 장군 문제’입니다.

여러 명의 장군이 각자 군대를 이끌고 적의 성을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기려면 반드시 같은 시각에 동시 공격해야 합니다. 절반만 공격하면 전멸당하니까요. 문제는 장군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령을 보내 소통해야 하는데, 이 전령이 적에게 붙잡혀 메시지가 조작될 수도 있고, 심지어 장군들 중 몇 명이 배신자여서 일부러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참여자들이, 중앙에서 지휘하는 사람 없이도 어떻게 하나의 결론(언제 공격할지)에 확실하게 합의할 수 있을까”라는 게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오랫동안 컴퓨터공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던 이 질문에,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비트코인 백서를 통해 실용적인 해법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그게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이렇게 보면 블록체인은 갑자기 등장한 신기술이라기보다는, 수십 년간 쌓여온 ‘신뢰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이라고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은 어떻게 작동할까?

원리를 비유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마을 사람 전체가 공동으로 쓰는 장부가 하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장부는 마을회관 금고 한 곳에만 보관되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각자 집에 똑같은 복사본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거래를 하면, 그 내용이 마을 전체에 방송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장부와 비교해서 “이 거래가 정말 맞는지”를 확인하고, 다수가 동의하면 그 거래를 새로운 페이지(‘블록’)에 적어 넣습니다. 그리고 이 새 페이지는 이전 페이지의 내용을 요약한 지문(해시값) 같은 것을 포함해서, 앞 페이지와 사슬처럼 딱 붙어 이어집니다. 이게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의 유래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누군가 과거 기록 하나를 몰래 고치려면, 그 뒤에 이어진 모든 페이지를 다 뜯어고쳐야 하고, 게다가 마을 사람 대다수가 가진 복사본까지 전부 바꿔야 합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중앙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도, 참여자 다수의 동의라는 방식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는 겁니다. 이런 방식을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라고 부릅니다.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처음 블록체인이 세상에 나왔을 땐 ‘비트코인을 움직이기 위한 기술’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분산된 신뢰 장부’라는 개념이 화폐 말고도 훨씬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컨트랙트’입니다.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이 처음 본격적으로 도입한 개념인데,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두는 방식입니다. 부동산 등기, 공급망 추적, 저작권 관리처럼 ‘누가 무엇을 언제 소유했는지’를 투명하게 기록해야 하는 영역이라면 어디든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RWA(실물자산 토큰화)도 결국 이 블록체인이라는 신뢰 장부 위에 실물 자산의 권리를 올려두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종류, 다 같지 않다

‘블록체인’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사실 누구에게 장부를 공개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꽤 다릅니다.

구분퍼블릭 블록체인프라이빗 블록체인컨소시엄 블록체인
참여 자격누구나 참여 가능특정 기업만 참여허가된 여러 기관만 참여
대표 사례비트코인, 이더리움기업 내부 관리 시스템은행 간 결제망 등
장점완전한 탈중앙화, 투명성빠른 처리 속도, 통제 용이속도와 신뢰의 절충
단점상대적으로 느림탈중앙화 효과 약함참여 기관 간 조율 필요

Q&A로 정리해보기

Q1. 블록체인이랑 비트코인은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블록체인은 ‘기술’ 또는 ‘장부 방식’ 자체를 가리키고, 비트코인은 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여러 응용 사례 중 하나(그것도 가장 처음이자 가장 유명한 사례)입니다. 자동차 엔진과 자동차 브랜드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엔진(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서로 다른 브랜드(네트워크)가 얹혀 있는 구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2. 블록체인은 절대 해킹이 불가능한가요?

‘절대’라는 표현은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자체의 기록을 뒤엎는 건 참여자가 많은 네트워크일수록 극도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참여자 수가 적은 소규모 네트워크가 공격당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오히려 더 흔한 사고는 블록체인 자체보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스마트컨트랙트)의 코드 오류나, 개인 지갑 관리 부주의로 인한 자산 탈취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블록체인=완전 무결”이라는 인식보다는, 어느 부분이 안전하고 어느 부분이 여전히 사람의 실수에 취약한지 구분해서 이해하는 게 안전합니다.

Q3. 블록체인은 코인 투자를 할 때만 알아두면 되는 기술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금융권의 결제·정산 시스템, 정부의 문서 인증, 식품 유통 이력 추적 등 투자와 직접 관계없는 영역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아직 대부분의 대중적 관심은 코인 가격에 쏠려 있는 게 현실이라, 기술 자체의 활용과 투자 목적의 접근은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중앙 관리자 없이 하나의 진실에 합의할 수 있게 해주는 분산 장부 기술이며, 비트코인은 그 위에 세워진 첫 번째 응용 사례일 뿐입니다.


안내 사항

본 게시글은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자산이나 코인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반 자산(가상자산 등)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자와 관련된 판단은 본인의 책임 아래 신중하게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L. Lamport, R. Shostak, M. Pease, 「The Byzantine Generals Problem」(1982)
  • 사토시 나카모토,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2008)
  • 이더리움 재단 공개 문서(스마트컨트랙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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