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지 7년, 그런데 수수료는 또 내려갔습니다
올해 2월 뱅가드가 53개 펀드의 보수를 또 내렸습니다. 2026년 한 해에만 약 2억 5천만 달러, 2025년부터 합치면 약 6억 달러. 창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평균 보수는 0.0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기사를 보다가 저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잭 보글은 2019년 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벌써 7년입니다. 그런데 그가 만든 회사는 여전히, 매년, 고객 주머니에 돈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지금 뱅가드를 이끄는 사람이 경쟁사 블랙록 출신 외부 영입 CEO라는 겁니다. 창사 50년 만의 첫 외부 인사죠. 보글의 제자도, 뱅가드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가 하는 일이 수수료 인하입니다.
왜일까요. 여기에 보글 편의 전부가 들어 있습니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지 마세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지 마라. 그냥 건초더미를 통째로 사라.” — 존 보글
버핏은 좋은 회사를 골라내는 눈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달리오는 “나는 못 맞힌다”는 항복에서 출발해 배분으로 살아남았죠. 보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물러납니다. 고르지도 말고, 배분에 머리 쓰지도 말고, 시장 전체를 사서 아무것도 하지 마라.
셋 중 가장 겸손하고, 가장 게으르고, 그래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길입니다. 보글이 1975년에 이걸 들고 나왔을 때 월가는 비웃었습니다. “평균에 만족하는 패배자의 투자”라고요. 지금 그 ‘패배자의 회사’는 세계 2위 운용사가 됐습니다.
마트에서 100원은 깎으면서, 1%는 안 봅니다
우리는 마트 계산대에서 100원 쿠폰을 챙깁니다. 배달비 3천 원에 한참 고민합니다. 그런데 연 1.5% 수수료는 통장에서 소리 없이 빠져나가니 눈에 안 보입니다.
숫자로 한번 볼까요. 매달 50만 원씩 30년, 연 7% 수익을 가정했을 때입니다.

수수료 1.44%포인트 차이가 30년 뒤 1억 4천만 원을 가릅니다. 제가 30년간 넣은 원금 1억 8천만 원에 육박하는 돈입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치이며 실제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글이 평생 화를 낸 지점이 여기입니다. 수수료는 수익률과 달리 미리 확정된 유일한 숫자입니다. 시장이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낼 비용은 지금 알 수 있습니다. 모르는 걸 맞히려 애쓰기 전에, 아는 것부터 챙기자는 겁니다. 모닝스타 자료를 봐도 지난 10년간 가장 저렴한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비싼 펀드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았다고 하죠.
진짜 유산은 철학이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아까 질문의 답이 나옵니다. 왜 외부에서 온 CEO도 계속 수수료를 내릴까.
뱅가드는 펀드 투자자들이 회사를 소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바깥에 이익을 챙겨갈 주주가 없습니다. 그러니 돈이 남으면 돌려줄 데가 고객밖에 없습니다. 보글은 자기가 없어도 굴러갈 구조를 짜두고 떠난 겁니다.
저는 이게 이 시리즈 세 편의 진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도 아벨에게 자리를 넘겼고, 달리오도 회사를 완전히 떠났고, 보글은 아예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남긴 게 작동합니다. 사람은 떠나도 구조는 남습니다.
내 계좌에도 구조가 있습니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오랫동안 ‘좋은 종목’을 찾아 헤맸습니다. 매일 앱을 열고, 뉴스를 뒤지고, 그러다 지쳤습니다. 의지로 버티는 투자는 의지가 꺾이는 날 무너지더군요.
보글이 알려준 건 반대였습니다. 매일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게 만들어 두는 것. 수수료를 낮추고, 시장 전체를 사고, 그다음엔 잊어버리는 것. 재미없죠. 그런데 30년 뒤에 1억 4천만 원이 남습니다.
내 계좌를 굴리는 게 아직 내 의지뿐이라면, 오늘 구조를 한 칸 만들어두시면 어떨까요. 그게 ‘수익보다 생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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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니며, 시뮬레이션은 가정에 따른 예시로 실제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자료
- Vanguard 보도자료, 「Vanguard To Deliver More Than Half a Billion in Expected Savings To Investors Since 2025」, 2026.02.02
- WealthManagement.com, 「Vanguard Lowers Expense Ratios Across 53 ETFs and Mutual Funds」, 2026.02
- Private Banker International, 「Vanguard cuts fees on 53 funds for 2026」, 2026.02.03
- Reuters/Yahoo Finance, 「Vanguard slashes f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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